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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행복/이런 저런 이야기

[워킹맘으로 살기] 여자로서 산다는 것은...

by :욘: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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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22년도 추석은 참으로 고요했다.

결혼 전 추석은 나에게 각종 모임이 있는 파티데이였는데,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나니 완전히 달라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더더 빡세게 노는 거였는데...

암튼 결혼하고 난 첫 명절인 설부터 시작해서 나는 '전녀'가 되었다.
온전히 약 4시간 이상을 바닥에 앉아서 온갖 전을 부쳤다.
물론 어머님도 쉬지는 않으셨다. 온갖 메인 요리부터 잡채 등등등
우리가 전을 한판 부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밤새 빈대떡을 부쳐내시는 철의 여인.
불평을 할 수가 없는....

그리고 나도 어느덧 결혼 15주년째.
2~3년 전부터 나는 남편과의 합의를 통해 전을 사기로 했다.
전을 생산해내는 과정에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기에... 남편도 힘들었던 듯ㅎㅎ
여기저기 외주처를 알아보던 중에 올해 설부터는 마켓컬리에 정착했다.
그리고 나는 평화를 얻었다.

최근 지인이 보내준 뉴스를 보니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그놈의 전을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표준안을 공개했다고 한다.
거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른다. 하지만 격하게 감사하다.
그놈의 홍동백서, 조율이시. 이런거 집어치우고...
그냥 지금의 우리를 있게해준 조상님들에게 오롯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잔뜩 뿔이난 채로 어서 마치고 쉬고싶다라는 느낌이면, 조상님들도 반기지 않을 것 같다.

암튼 나를 그나마 이해해주고 하는 남편, 고마울따름.
어머님, 이제 같이 쉬어요~~!!

에피소드 2

오래도록 나를 괴롭혀온...
아니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었는데 드디어 폭발을 했다.
일종의 번아웃?

맞벌이를 하면서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한다는 것, 쉽지 않다.
난 그나마 엄마가 아직 정정하시고 거의 모든 것을 다 해주시기에 더더욱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다른 일반 워킹맘보다는 진짜진짜 좋은 환경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쌓였던 부분 중 일례로 이러한 것들이 있다. (굉장히 별거 아닌....ㅠㅠ)
하필 힘들게 일하고 온 날... 탈탈 털린 날... 게다가 차도 막혀서 기진맥진하는 날.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고 나오면... 밥을 차리라고 하신다.
할 수 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한참 전에 집에 와서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 남편이 있고, (뭐.. 사위라서 말하기는 어렵겠지..)
몇년 째 재택을 하고 있는 널럴하고 건장한, 그리고 시키면 하는 착한 동생이 있었다.
눈을 슬쩍 흘기면서 남편에게 채근을 하지만, 결국 나만 엄마를 돕는 상황이 생긴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그 critical point는 더 낮아진다. 그렇게 생겨먹은 나였다.

여자라서의 불평등.
이전 회사에서도 종종 알게모르게 겪은 것이지만, 집에서 그것도 엄마에게 느껴서 더더욱 슬펐다.
이것 말고 이전부터 있었던 여러가지 마음이 힘들었던 것들이 쌓여왔고,
최근에는 회사 관련해서 여성으로서의 차별적인 내용을 전해들어 그런지 더 감정이 증폭되었으리라....
결국 퐝 터졌다.

남의 편과 1차의 다툼과 대화.
이후 엄마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오래간만에 둘이 외식을 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위의 어쩌면 별거 아닌 사소한 것부터 다소 꺼내기 쉽지 않은 얘기까지 그냥 끄집어 올렸다. 마음의 병이 더 커지기 전에...
엄마가 고맙게도 자식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는데... 내가 들어줘야지 하셨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보자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하다. 나는 엄마처럼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싶다.

집안일에 관해서는 다행히 조율이 조금되었고, 지금은 모든 상황은 나아진 때.
여자로서 살기..
마음 좁은 사람으로서 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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